파게로그
어간과 어근의 차이 본문
토끼가 사자에게 먹히었다.
위 문장의 '먹히었다'에서 어간은 뭐고 어미는 뭐고 어근은 뭐고 접사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자.
결론부터 미리 정리하자면,
1. 동사 어근 '먹-'에 피동파생접미사 '-히-'가 결합하여 '먹히-'라는 새로운 단어가, 새로운 동사가 형성된다.
2. 이 새로운 동사 '먹히-'에 과거시제선어말어미 '-었-'이 결합한다.
3. '먹히었-'에 평서형종결어미 '-다'가 결합하여 '먹히었다'가 된다.
이걸 보고 이해가 되었다면 뒤로가기를 눌러도 되고, 미심쩍다면 아래도 읽어보자.
위 4개의 용어는 다음과 같이 묶인다.
어근 - 접사
vs.
어간 - 어미
어근과 접사는 단어 형성 과정에서의 용어이다. 파생어에서만 말할 수 있다.
어간과 어미는 용언의 활용에서의 용어이다. 동사, 형용사에서만 말할 수 있다.
정의
어근: 단어의 실질적 의미를 나타내는 부분
접사: 어근에 붙어 새로운 의미나 문법적 기능을 더해주는 부분. 어근의 품사도 바꿀 수 있다.
참고: 자립성
어근은 자립성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참고로 '날-' 등에서 줄표(-)는 무언가 더 결합해야만 한다는 표지이다.
단어 | 어근 | 접사 | |
자립성 | O 또는 X | O 또는 X | X |
예시 | 날고기 (자립성 O, 명사) |
고기 (자립성 O, 명사) |
날- (자립성 X, 접두사) |
손가락질 (자립성 O, 명사) |
손가락 (자립성 O, 명사) |
-질 (자립성 X, 접미사) |
|
먹보 (자립성 O, 명사) |
먹- (자립성 X, 동사) |
-보 (자립성 X, 접미사) |
|
먹히- (자립성 X, 동사) |
먹- (자립성 X, 동사) |
-히- (자립성 X, 접미사) |
여기서 헷갈리는 건 아마 '먹히-'일 거다.
정의
어간: 활용할 때 변하지 않는 부분 / 용언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
어미: 활용할 때 변하는 부분 / 문장에서의 역할에 따라 다른 어미가 결합함
먼저, 동사 어근 '먹-'과 피동파생접사 '-히-'가 결합하여 '먹히-'라는 새로운 단어가, 새로운 동사가 생긴다.
그 다음, '먹히-'라는 새로운 동사가 활용한다.
어근과 접사의 결합을 통해 단어 형성이 종료되었다면, 이제 그 단어는 엄연히 하나의 단어인 것이다.
즉, 어간과 어미를 말할 때는 이미 하나의 동사 또는 형용사에 대해 말하는 것이기에,
접사와 어근을 고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
반대로는, 접사와 어근을 고려할 때에는 어미를 떼어놓고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예시 #1: 어간과 어미 찾기
동사나 형용사가 활용할 때 변하지 않는 부분과 변하는 부분만 골라내면 된다.
이 때 변하지 않는 부분이 어간, 변하는 부분이 어미다.
먹히고
먹히어서
먹히다
먹힌
먹힐
...
어디가 변화하나?
'먹히'는 변하지 않았고 → 어간
'고', '어서', '다', 'ㄴ', 'ㄹ'은 각각 변화했다 → 어미
어미는 저마다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어간과 결합한 후, 그 결합된 형태가 문장에서 어떤 기능으로 쓰일지에 따라 기능들이 분류된다.
위의 예시에서는 다음과 같다.
'먹히고'는 다른 문장과 계기적으로 연결된다. ← '-고'는 계기적 연결어미
'먹히어서'는 다른 문장과 인과적으로 연결된다. ← '-어서'는 인과적 연결어미
'먹히다'는 평서형으로 문장을 종결시킨다. ← '-다'는 평서형 종결어미
'먹힌'은 과거 시제로 다른 체언을 꾸며준다. ← '-ㄴ'은 과거 시제 관형어미
'먹힐'은 미래 시제로 다른 체언을 꾸며준다. ← '-ㄹ'은 미래 시제 관형어미
예시 #2: 어근과 접사 찾기
'먹히었다'에서 우리가 궁금한 것은, 엄밀히는, '먹히-'라는 단어가 어떻게 생겼느냐이다.
'먹히었다'에서 '었다'는 단어의 형성 과정이 아니라,
단어 형성이 완료된 후 문장에서 그 새로운 단어가 활용할 때 결합되는 거니까...
'먹히-'를 떼어놓고, 어근과 접사가 무엇일지 고민해보면 된다.
본래 실질적인 뜻을 가진 것은 동사 '먹-'일테고, 따라서 '먹-'은 어간.
여기에 피동이라는 문법적 기능을 '-히-'가 더해준다. 따라서 '-히-'는 접사. 접사 중에서 어근 뒤에 붙으니까 접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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